2009년 7월 22일 국회는 미디어법안과 금융지주회사법안을 여야 합의없이 국회부의장이 직권상정하였고, 여야가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는 동안 부의장은 법안들을 속전속결로 표결에 부쳐 날치기로 통과시키려는 시도를 하였는데, 그 과정에서 재투표와 대리투표라는 사태가 발생하고 이 상황은 고스란히 생중계되었고 많은 부정의 현장들이 카메라에 포착된다.

재투표란 방송법 표결에서 부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했음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에게 빨리 투표를 하라 종용하고 그래도 부결이 되자 잠시 고민 끝에 바로 이어서 다시 투표를 해야 한다는 악수를 둔 것을 말하며, 대리투표란 대다수의 의원들이 정상적으로 자신의 의석에서 투표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의원들이 다른 의원의 의석을 돌아다니며 마구잡이로 투표를 한 것을 말한다.

재투표와 대리투표로 모든 법안은 삽시간에 통과 처리되고, 2009년 7월 23일 야당은 이렇게 날치기 처리된 법안들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권한쟁의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기를 한다. 헌재는 이제 이 표결과정을 검토하여 처리된 법안이 무효냐 유효냐 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그리고 헌재가 한나라당의 손을 들어주느냐 야당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둘 중 하나가 결정된다. "한나라당은 회복불능 수준의 심각한 치명상을 입던가" 아니면 "50년 동안 수많은 국민의 희생의 대가로 힘겹게 쌓아올린 민주주의를 하루 만에 허물고 대한민국은 4사5입과 부정선거로 얼룩진 50년 전 그때 그시절로 회귀하던가, 그것도 헌법재판소에 의해서".

ooo

언론노조와 야당은 여당과 치열하게 싸우는 과정에서 차기 대권주자 박근혜라는 정치인의 말과 행동이 다른 저열한 이중성을 드러내어 또라이년으로 만들었고 여당으로 하여금 정당으로서의 존재 가치와 명분에 최악의 스캔들일 부정투표를 저지르게 하였다. 국회의원의 부정투표라는 것은 차떼기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문제다. 더군다나 기명투표에서.

투표란 민주주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국회의원의 투표권은 각 지역구민들의 의견을 대리하여 행사하라고 부여받은 권한이기 때문에 의원 개인이 임의로 행사해서도 아니되고 그 신성함의 수준도 매우 높다. 그럼에도 회의장에 참석하지 않은 의원을 대신한 마구잡이 대리투표는 그러니까 몇십만 국민들의 권리를 농락한 것으로 있어서는 안되는 민주주의 훼손이다. 독재정권으로 신음하는 아프리카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국회의원에게 투표란 신성함 그 자체여야 한다.

마치 좀비들처럼 정신이 나가서 공식 부결된 투표를 다시 투표하자고 생떼를 쓰고 다급한 나머지 여기저기 마구 대리투표를 하고, 그래서 비난을 하니까 각종 논리를 만드는데 그 논리 또한 국회법을 위반하는 것들이니 생중계로 그 과정을 지켜 본 일반 국민들은 그야말로 아연실색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 법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 것일까. 상상이 되나? 끔찍하다.

그 마지노선을 무너뜨린 국회부의장 순간의 판단 착오로 헌법재판소는 시험대에 올라섰다. 문제는 그 판단 착오가 너무나 중대한 것이기 때문에 헌재가 올라야 하는 시험대도 실로 엄청나다는 것이다. 아무 개념이 없으며 현실 인식 부족으로 초래된 한 국회의원의 순간의 결정 때문에 헌법재판소는 이 곤혹스러운 상황을 맞아야 하고 대한민국은 거대한 소용돌이에 휘말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거다.

물론 그동안 권력에 굴복하며 비상식적인 결정을 많이 내려온 헌법재판소였기 때문에 상식적인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도 한편으로는 강하게 들긴 하지만, 가령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않운 의원의 찬성표라는 빼도박도 못하는 이 명명백백한 국회법 위반의 부정투표의 확증" 앞에서 검찰이 아니라 매우 엄격하게 법의 유효성을 따져야하는 사법기관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정말 심히 귀추가 주목된다.

ooo

몇가지 상황을 가정해보고자 한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느냐 하는 것으로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건 지금의 혼동의 시국은 해결이 불가하다.

1. 대리투표는 합헌

먼저 헌재가 이번 국회에서 발생한 방식의 대리투표도 유효하다, 그러니까 합헌이다라고 결론을 낸다면? 한마디로 국회의원의 그 신성한 투표권 자체를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 된다. 향후 다시 공방과 몸싸움이 치열한 법안 표결에서 비슷하게 마구잡이 대리투표로 통과된 법안이 있다고 할 때 헌재는 위헌이라고 결정할 수 없게 되므로 각 정당은 우스개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힘센 K1 선수나 깍두기들을 국회의원 후보로 공천하게 될지도 모른다.

국회의원의 투표권이 오염됨에 따라 결국 국민을 대리하여 투표를 한다는 대의민주주의 자체가 오염되는 것이 되며 대한민국이 오염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오염되도록 하는 결정을 결국 헌재가 내린 꼴이 된다. 때문에 헌재는 지금의 대리투표를 유효하다고 인정하려면 실로 엄청난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결국 헌재 스스로 존재가치를 포기하고 그 권위를 버리는 것이 되며 앞으로 모든 법 관련 종사자는 그 엉터리 법을 다루는 자신의 직장과 직업에 대해 사명감이 아닌 수치심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된다.

아니면 헌재는 대리투표는 일절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야 하는데 이 경우 다수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입장도 하지 않았는데 찬성표를 던진 것을 논리적으로 해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가능한가 이것이?

마치 자부심 가지고 드라마 만들던 프로덕션이 어떻게 하다보니 포르노를 찍는 회사가 되었는데 그래도 여전히 자긍심을 가지고 일해야 한다는, 어떻게 보면 크나큰 비극일 수 있다는 거다.

2. 대리투표는 위헌

이 결정도 헌재로서는 대단히 부담스럽다. 왜냐하면 대리투표가 발생하였다고 인정되는 모든 법안을 무효화시켜야 하기 때문인데, 아무리 날치기이긴 하지만 국회가 내린 결정을 뒤집어야 하는 것이므로 우리나라의 헌법재판소의 수준을 생각하면 이런 결정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거다.

그럼에도 (개인적인 생각에) 헌재가 이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이번 표결 처리는 무효화시키고 다음 국회 때 재상정하여 처리토록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인데 이렇게 함으로서 헌재는 약간의 지연만 인정하는 수준에서 큰 부담을 덜 수 있고, 법안 자체는 여전히 폐기되지 않는다.

그런데 현재 발생 가능한 돌발상황이 있는데 민주당 총사퇴다. 그들이 야당과 함께 정권퇴진을 위한 장외투쟁을 결의한 상황이기 때문에 18대 국회 자체가 정지해버리고 정상 가동되지 않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경우 한나라당으로서는 남아 있는 모든 법안 처리가 거의 불가능해질수도 있다. 따라서 여당은 나머지 법안이라도 살리기 위해서는 방송법은 포기하고 야당을 꼬시는 척이라도 해야 한다.

3. 재투표는 합헌

투표 종료를 선언하고 공식 집계 발표를 했음에도 국회부의장은 투표를 종용했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그에 따라 대리투표를 해가면서까지 투표를 했다. 국회법 92조 일사부재의 원칙을 비롯한 국회법 다수의 조항을 명백히 위반한 것이며, 대리투표는 신성한 투표권을 침해한 범죄 행위에 속하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헌재가 합헌이라 결정을 내린다면 결국 헌재 스스로가 일사부재의 원칙을 위헌이라고 판단을 한 것이기 때문에 향후 국회의원들은 원칙이 사라진 법을 근거로 법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이런 논리라면 대통령 선거 결과도 뒤집을 수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된다.

그것이 아니라면 헌재가 위헌 행위를 한 것이 되므로 따라서 헌재는 이런 결정을 내리기도 대단히 부담스럽다. 물론 이런 것도 관습법 운운할 것인지 또 어떤 편법 논리를 만들지 두고 볼 일이겠지만.

4. 재투표는 위헌

이 나라를 쥐고 흔드는 한나라당과 조중동의 거센 압력과 저항 때문에 이 결정도 실은 대단히 부담스럽다. 재투표를 위헌이라고 결정하면 방송법은 부결이라는 것인데 조중동과 재벌에 방송 진출을 허용하기 위한 목적을 가진 미디어법 표결 강행 자체의 의미가 사라지게 된다. 그러하니 권력에 굴복하고 있는 현재의 헌재 수준을 감안하면 이 결정도 어렵다.

그럼에도 헌재는 대리투표 위헌이라는 결정과 함께 재투표도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리고 다시 투표를 하라고 명령해야 한다. 모두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리면 이 결정에 참여한 헌재 판사들은 우리나라의 헌정 역사를 50년 뒤로 돌린 시대의 산 증인으로 기록될 것이며 헌재와 법 관련 종사자와 기관들에게는 치욕의 역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부와 여당은 거대한 저항을 맞이할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ooo

조중동과 정부는 신이 난 모양이다. 미디어법 통과를 축하하며 광고도 하고 사업 착수에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이다. 헌재가 결정을 질질 끄는 동안 각종 기업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나중에 헌재가 위헌이라 판단하여도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몰고 갈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런 꼬리표도 따라 다닌다. 조중동과 대기업이 만든 TV 는 대리투표와 재투표라는 방식으로 헌법을 위반하며 날치기 처리되어 간신히 설립된 방송인데 그 방송사의 뉴스에게서 공정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시청자들은 과연 그 뉴스를 인정해줄까? 더군다나 뒤늦게 헌재가 위헌이라고 결정을 내리면 불법기업이 될 수 밖에 없다.

조중동과 대기업은 시장 경쟁과 정상적인 미디어법 개정 절차를 통해 얼마든지 방송에 진출할 수 길을 열 수 있다. 막대한 비자금과 로비를 통해서 한나라당으로 하여금 그 역할을 하도록 맡겼지만 한나라당은 제대로 수행해내지 못하고 결국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내가 보기에는 이 정도 되면 조중동과 대기업은 한나라당을 버려야 한다.

방송 진출과 향후 공정한 보도를 통한 시장 경쟁을 원한다면 일단 헌재의 결정을 기다리고 관련 법안들이 다음 회기에서 정상적으로 통과될 수 있도록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정부도 마찬가지로 아직 논란이 뜨거운 사안에 대해 광고를 만들고 강제 유통을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가 자기 존재의 의미는 부정하고 조중동과 대기업의 시다바리임을 인정하는 꼴 밖에는 안된다.

중대한 헌법 위반과 신성한 투표권 침해로 만들어진 조중동과 삼성이 만든 뉴스, 과연 사람들이 보아 주고 인정해줄까? 그렇다고 판단하면 조중동과 삼성은 방송을 아직 모르는 것이다. 거대자본의 힘을 이용하여 경쟁자에게는 광고를 안주고 자기 방송에 광고를 퍼부은들 리모콘을 쥐고 있는 시청자들은 공정하지 않다 판단되는 보도와 재미없는 방송 프로그램을 바로 돌려 버린다. 우리나라는 이탈리아와 다르고 시장도 대단히 작다.

조선일보가 만든 방송이라 하더라도 공정 보도 경쟁상황에 진입하게 되면 생각만큼 왜곡 보도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더군다나 지금은 디카와 인터넷이 떡 버티고 있는 시대이며, 이 정권도 영원히 유지되지는 않고, 젊은 세대들은 과거의 어르신네들과는 달리 뉴스의 소비도 TV 를 통해서 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이윤성 국회부의장은 방송법 투표 결과만큼은 아쉽지만 부결로 처리했어야만 했다. 그랬으면 상황을 이토록 어려운 시국으로 몰고 가지는 않았을 거다. 정당이 자신의 행동에 합당한 명분을 더이상 만들지 못하면 정당으로서는 수명이 다한 것이다. 50년 전 자유당은 그래서 몰락했다.

2009/07/25 14:28 2009/07/25 14:28
no trackback : no comment

TRACKBACK http://www.bopboy.com/trackback/920




BLOG main image

Bopboy's JazzBakery

Calendars

«   2010/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Categories

ALL (904)
Music (2)
Movies (6)
Books (3)
Thoughts (16)
4.0 (171)
3.0 (214)
2.0 (105)
1.0 (243)
기.연.작 (2)
기.연.즐 (77)
기.연.이 (65)

Recent Trackb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