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애리는 일이 있을까

네가 오기로 한 그 자리
내가 미리 와 있는 이 곳에서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너였다가 너일 것이었다가
다시 문이 닫힌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황지우의 詩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일부입니다. 詩 를 읽는 사람들 아직 살아 있나요, 아니, 쓰는 사람들이 지금 누군가에 의해 죽어 가는지를 궁금해 해야 할까요. 오래 전 일이지만 저도 시를 읽던 때가 있습니다. 짧지만 짧지 않고, 약하지만 약하지 않습니다. 이 詩 (와 예술이) 라는 것이 말이죠.

저의 이십대는 어쩌면 몇 편의 시가 지배했던 시기인 듯 합니다. <너를 기다리는 동안> 은 그 중 한 편이었는데 지금도 어두운 카페 후미진 곳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릴 때면 문득 이 시를 떠올리기도 하죠. 문이 열릴 때마다 '너'이기를 기대하지만 문은 닫히기를 반복합니다. 기다림은 절망과 희망의 교차로라서 그토록 가슴을 졸이게 하는 걸까요.

'너'는 꿈과 좌절이었다가, 희망과 절망이었다가, 용기와 비겁이기도 하고, 열정과 포기이기도 했다가, 인내와 충동이이기도 하고, 때로는 오지 않을 연인이기도 했으며, 가끔씩은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 또는 그저 잘 먹고 잘 살았으면 하는 부질없는 소망이었습니다.

요즘 같아서는 이 땅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든 사람이 '윤리'와 '정의' 이기를 바라죠. 그러면서 우리는 지금도 '너'를 애타게 기다립니다. 하지만 만약에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가 우리가 기다리는 '너' 가 아니고, 또한 오지 않을 '너'를 기다리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면 우리는 언제든지 '너'를 찾아 문을 박차고 나갈 마음의 준비는 되어 있습니다. 기다림을 그만두고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라는 시인의 의지가 요즘처럼 의미있는 때가 있을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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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6.10 광장에서 "예술은 우리의 힘"임을 믿으며

2009/06/11 00:05 2009/06/11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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