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짜리 날카로운 눈매와 예쁘장한 손에서 뿜어져 나오는 필살기의 Steeler 와 Alcatrazz 를 거쳐, 1984년, 22살에 세상에 내놓은 <Rising Force>만큼의 초절정 다이나믹 기타명반은 아마 다시는.... 나오지 않을거다.

한참 핑크 플로이드와 메탈리카에 빠져 <나는 락이며, 세상은 메탈이다> 미쳐 가던 고딩 시절, 잉베이 맘스틴의 <Evil Eye>를 처음 들었을 때는, <나는 악마였으며, 세상은 잉베이>였고, 어떤 치렁치렁 긴머리 소년이 이 악마의 눈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는 한번 기절하고 깨어난 후, 나는 잉베이가 되고 싶었다. 참고로, 이 친구는 머리 못기르게 한다고 외국어고 자퇴서 내고, 검정고시로 대학들어 간 놈이다. 그때는 이런 놈들이 멋있었다.

<Rising Force>에는 지금도 우리나라의 기타키드들의 영원한 도전 과제인 <Far Beyond the Sun>과 내가 그토록 극복하고 싶었던 <Evil Eye>와 미국 기타키드들이 좋아하는 <Black Star>, 그리고, 알비노니 아다지오에 이카루스의 슬픔을 얹은 그 유명한 <Icarus' Dream Suite>이 있다.

날개를 달고 하늘로 하늘로... 밀랍이 녹을 때까지 올라가던 이카루스... 드디어 이 <이카루스의 꿈 조곡>을 연주하게 되었을 때, 나는 정말이지 더멀리 더높이 날게 될 줄 알았다. 그러나 그것은 그 곡의 운명처럼 정말 이카루스의 꿈이었던 거지... 이 꿈을 단박에 날려 버린 것은  <전영혁의 음악세계>에서 흘러 나온 라떼 밀레의 <마태수난곡> 마지막 트랙 <삶의 주인>이라는 곡... 어쩔 수 없이 그 방송에, 그러니까 그 삶의 주인에 나는 내 삶을 맡길 수 밖에는 없었던 거다. 문득, 재능이 있는 게 아니라 무의식 중에 베끼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고, 설령,
베낀게 아니라 해도, 그런 음악 앞에서는 내가 앞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1986년 4월 29일 첫방송을 시작하여, 컬트방송의 제왕이 된 <전영혁의 음악세계>가 2007년 10월 15일 마지막 방송으로 그만 그 날개가 꺾일 때까지, 21년간이나 뽕 맞은 듯 장기수면 취하면서 꾼 하늘을 나는 그 이카루스의 꿈! 깼지만 난 여전히 꿈꾼다.

10월 14일 마지막날 - 1 방송 끝곡으로 잉베이의 <이카루스의 꿈 조곡>이 흘러 나왔다. 지하철 출근길 헤드폰을 통해 전달된 이카루스의 사망 비보에 닭똥같은 눈물이 왜 자꾸 흘러 나오는지... 이제 그만 꿈깨시지 하는 꼴통들이 아무리 두들겨 패도 어떻게 그 꿈을 깨냐?

80, 90년대 음악세계를 열심히 들었던 사람들에게 그 새벽의 활화산같은 시간은 儀式 의 시간이다. 늘 깨어있게 해달라고, 나의 意識 이 항상 깨어있게 해달라고, 음악에 대한 열정이 깨어있게 해달라고... 그렇게 하루 두시간의 꿈을 살기 위해 나머지 22시간을 제물로 바치면서 20년을 버텨 온 셈이다. 알잖아? 지금 세상 지금 온전한 정신으로 못사는 거...  음악이 죽어가고, 영화가 죽어가고, 문학이 죽어가고, 그리고 인간이 죽어가는 거...

지금도 난 그때 그 쇼크를 기억한다. 한창 꿈속에서 하늘로 하늘로 오를 때, 그날도 녹음한 방송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지하철을 탔다. <삶의 주인>이 들렸고, 그리고 자꾸 눈물이 났다. 밀랍이 녹아 내 눈으로 흘러 내린건가... 눈물의 성분은 감동이 30%, 좌절이 70%.....  하늘을 나는 이카루스의 꿈을 접어야 겠다고 생각하니 자꾸 눈물이 난거다. 그리고 지금은 매일 새벽 2시만 되면 꾸던 이카루스의 꿈도 사라졌고 컬트도 사라졌고, 곧이어 음악도 사라질거다.

************

단언하는데,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우리 FM 라디오에게 필요한 건, 베토벤을 베끼는 위대한 듯한(?) 음악가의 음악이 아니며, 쓰레기 잡탕밥을 즐기는 S라인 골빈 미소녀와 王자배 자랑하는 헤벌레한 미소년이 아니다.

위대한 철학자의 사상에 기생하는 교수의 달변도 아니고, 학교에서 배운 단어와 지식을 꼭 써야만 잘난 줄 아는 수많은 평론가, 기자들의 헛소리도 아니고, 이리저리 양쪽 살피고 눈치만 보며, 땀만 삐질삐질 흘리는 토론 진행자의 잠꼬대도 아니고,

눈에 힘 잔뜩 주고, 목소리만 깔면 이해못해도 뉴스앵커할 수 있는 아나운서도 아니고, 삼성 없으면 밥 굶는다고 먼저 설쳐대는 라디오국장, 보도국장, 및 각종 국장도 아니고, 안냐쎘쎄염 병신같은 언어구사하는 박거성도 아니다.

이 사람들은 자기 명예와 자기 자식 배불리고, 자기 먹고 사는데만 관심있는 이들이다. 그러니까, 이들은 너의 골을 빼먹어 너를 병신과 좀비로 만들어 식욕만 남게 만들고서 우리로 하여금 서로가 서로를 물고 뜯게한 다음, 그 과정에서 바닥에 떨어진 살점찌꺼기를 주워 먹는다. 얼굴 뜯어먹고 사는 사람을 우리는 좀비라고 부르지 않나?

하지만, 이걸 알아둬라. 너희를 살릴 DJ 는, 그러니까 너희의 영혼을 살찌울 DJ 는 놀랍게도 너희들이 욕하는 컬트 교주이며, 음악광인이고, 영화광녀 뿐이라는 거.. 그리고 라디오는 이들이 가진 것을 함께 나누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거... 사이비 교주 광신도 팬 수치가 곧 그 프로그램의 색깔을 말해주는 것 아니었나? 컬트일때만 우리는 색깔있는 방송이라고 불러 왔었는데... 이제와서 색깔있다고 뭐라 하면...
2007/11/10 11:17 2007/11/10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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