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리스트' 관련 뉴스와 이런저런 풍문, 등등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어릴 때 즐겨하던 '다이아몬드 게임'이 생각난다. Chinese Checkers 라는 보드게임으로 원래는 독일에서 유래한 게임인데 앞에 다른 놈이 있어야만 그 건너편으로 전진이동이 가능한, 즉 한 놈을 넘어서야만 전진이 가능한, '핀 옮기기' 게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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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가 되고픈 여배우들이 자신의 핀을 맨 밑바닥에 일렬로 쭉 세워놓는다. 목표는 저 꼭대기 최정점 딱 한자리. 일단 저 위치에 오르면 삼성 에어콘 CF모델도 할 수 있고, 회당 출연료 몇천도 너끈하고, 대중들이 몰아주는 인기와 언론사들이 몰아주는 이슬만 먹고 호호호 하며 우아하게 살 수 있다. 적어도 지들 생각에는.

이제부터 문제는 "누구를 타고 넘을까" 하는 것. 사칭을 일삼는 별 거지깽깽이 양아치부터 진짜 실제 거물급까지 줄서기가 시작된다. 어떤 놈을 타고 넘어야 하나. 광고기획사 부장?  드라마 PD?  기획사 대표?  일간지 사장?  닷컴뉴스 대표?  대기업 광고부장?  이런저런 기자들?  어떻게 해야 그들 눈에 뜨일 수 있을까?  난 이렇게 능력있고 예쁜데... 데리고 다니는 입장에서 보면 얘를 데리고 어떻게 해야 돈을 버나...

들은 풍문으로는 장자연은 위 게임으로 치면 가장 바닥에 있던 여배우라고 한다. 그녀는 그 리스트에 적혀 있던 인물들의 핀을 정말 열심히 뛰어 넘어야 했던 거다. 이 연예계의 다이아몬드 게임에서 스타(?) 아니면 모기업 제품의 CF모델이 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넘어야 할 '핀'인 셈이었겠지. 하지만 빨리빨리 넘는 방법으로 뭐가 있겠어? 술접대, 몸바쳐, 돈바쳐, 뭐든 해야겠지. 김연아 같은 예외적인 케이스가 아니라면.

어떤 거대 기업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위와 같은 여배우 리스트를 직접 관리한다고도 한다. 아마도 한참 전에 터졌던 모광고기획사의 연예인 X파일도 이런 리스트의 한 종류와 많이 다르겠냐만. 삼성 냉장고 에어콘 CF 모델이 되기 위해 최후의 1인으로 살아남기 위해 밑바닥에서의 치열한 '핀'넘기 경쟁에서 살아남아 어떻게든 그 '핀'을 쥔 권력자의 눈에 뜨이기 위해, 도대체 무슨 짓까지 해야 할까. 가늠이 되나.

***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어야 비로소 대중들에게 그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그야말로 죽어서 이름을 남기는, 인기스타가 되고픈 연예인들의 슬픈 이야기. 나는 사람들이 그 세계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에 대해 기름을 뒤집어 쓴 것처럼 아주 번드르르한 바퀴벌레 한마리 본 것 같은 혐오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다. 전혀 동경의 대상일 수 없고, 존경의 대상은 더더욱 아니다. 추측일 수밖에 없으나 단언컨대 그 사람들은 절대로 순수하지 않다.

여기저기서 내가 듣는 이야기들이 모두 진실과 사실과 왜곡이 뒤섞인 풍문일지 모르겠지만, 어쨌건 현재 내가 상식선에서 이해하는 바는 이렇다. 한 풋내기 여배우가 그 세계에 뛰어 들어 자신의 꿈을 키우고 앞만 보고 전진하면서 마침내 꿈의 '삼성의 가전 CF모델' 이 되겠다는 야망을 품었다고 해보자. (실제로 그런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먼저 최정점부터 시작해서 최하단까지 관계의 사슬 피라미드 게임판이 쫘악 펼쳐진다. 그 위에서 온 몸을 바쳐 다이아몬드 게임을 벌여야 한다. 풋내기 여배우는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기 위해서 한단계 한단계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라가야 한다. 그리고 단계별로 "넌 통과 넌 탈락" 을 판단하는 작은 '권력자'들이 지키고 있다. 최하단에는 수많은 빼어난 외모의 여배우들이 줄을 서서서 경쟁을 하며 치고 올라온다. 어떡하지.

이런 메커니즘은 대부분의 관료제 조직에서도 쉽게 찾아 볼 수 있는데 하물며 그 세계는 오죽할까? 몸뚱아리? 그건 문제도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갖다 바칠 수 있는 것은 모두 바쳐야 하겠지. 수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크고 작은 수많은 광고기획사, 수많은 일간지 및 인터넷 미디어, 각종 방송사, 넘치는 연예인 매니지먼트 및 각종 기획사, 연기학원, 각종 성형외과... 그리고 연예인과 스타가 되고픈 거리의 아이들과 청춘들.

각종 미디어들이 전하는 연예인 뉴스를 보면서 그들에게 왜 일말의 연민이나 동정심 따위를 느끼며 그들의 삶을 보며 왜 웃고 울어야 하는지 난 알다가도 모르겠다. 아무리 살펴봐도 가십 이상의 가치가 없다. 대부분의 TV 예능프로가 역겨운 이유는 "그들은 이슬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고 사람들을 호도하고 오도하면서 진정성을 찾으려는 부분인데, 참 어처구니도 없지. 뭐 연예인의 매트릭스라도 꿈꾸나?

일단 나는 각종 일간지들과 방송이 전하는 연예인 관련 이야기는 단 한 줄도 신뢰하지 않는다. 그것이 진실일 확률이 낮아서가 아니라 관심가질 일말의 가치가 없어서다. 필요 이상의 미디어 정력을 그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며 낭비하는 것을 보며 이 나라의 '미디어' 종사자라 자칭하는 인간들이 어떻게 보면 참 번드르르 징그러운 바퀴벌레같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장자연 리스트'는 장자연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연예계가 이렇게 돌아가고, 언론사들과의 커넥션을 보여주고, 최종 권력이 거대 자본을 가진 대기업에게 쏠려 있고, 우리나라에서 연예인으로 산다는 것의 실체를 보여준다. 그 지저분한 연예계의 게임과 연예인과 CF모델 세탁하여 깨끗하게 포장하고 이슬만 먹여 대중들에게 보여주고 광고 따내고 돈버는 TV 또한 예외일 수 없다. 그런데 이 짧은 인생을 어떻게 한가하게 TV 따위를 보고 있을 수 있담... 
 
***

각종 미디어들이 쏟아낸 이야기들에서 팩트는 그저 "언제 어디서 그들이 그것에 관하여 그런 이야기를 했다" 그 자체일 뿐이다. 조중동은 그 팩트를 팩트가 아니라고 하니까 문제고. 그 안에 담겨진 진실에 대한 접근은 차단한다. 왜냐하면 그건 밥줄이니까. 이런 것이 truth 와  fact 의 차이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TV 와 언론사들은 truth 를 재료로 수많은 fact 를 양산하는 조직으로 적절히 truth pool 을 관리한다. 밥줄이니까.

사실 따지고 보면 TV 와 신문들은 '광고'라는 사업모델의 태생적 한계때문에 진실을 전달할 수 없다. 만약에 진실이 더럽다면 그것은 그들의 밥줄이 더럽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럼 그들은 굶어야 하니?  밥이 더럽다면 어떻게든 깨끗하게 씻어 먹어야 하겠지. 그리고 어떻게 씻을 건데... 보면 우리들이 즐겨보는 모든 예능 프로들은 그 일에 거의 모두가 동원되지 않았나?  내가 보기에는 TV 는 '장자연 리스트' 공범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그러니 그 리스트 공개도 어렵지. 돈있는 기업은 뭐 당연히 주모자고, 각종 언론사들은 따까리고.

2009/04/16 16:43 2009/04/16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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