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을 순회하면서 "우리나라는 문화 후진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열 받은 대통령은 돌아오자마자 문화관광부 장관을 불러 "우리나라를 문화 강국으로 만드시오" 라는 과제를 준다고 하자. 문광부 장관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담당자들을 불러 회의를 하더니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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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도 산업이기 때문에 당연히 시장이 있고, 이 시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만나야 공급량과 가격이 결정된다. 그리고 문화 강국이 된다는 것은 국외는 제외하고 우선 단순하게 보자면 수요(D)도 많아지고 공급(S)도 많아져 그림처럼 전체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거래량이 많아짐을 의미한다.
거래량은 많아지지만 가격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문화 상품은 필수가 아닌 옵션, 즉 사치품의 성격이 강하여 가격 변동에 따른 수요량 변화가 크다. 탄력적이라는 거다. 물론 공급도 탄력적이다. (수요와 공급 곡선의 완만한 기울기는 탄력적임을 의미)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공급도 늘리고 수요도 늘릴 수 있을까. 우선 "공급은 수요를 창출한다", 즉 "만들면 팔린다" 라는 논리는 이 시장에 적용시킨다. 많은 예산을 들여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장려하고 지원하여 공급자를 많이 늘리고 문화 시설도 많이 만든다. 정부 입장에서 보면 아마도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어쨌건 S 에서 S' 로 이동한다. 수요가 탄력적이니 가격이 조금만 하락해도 수요량은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D 가 D' 로 이동하고, 시장 규모는 커지고 거래량도 늘어난다. 가격도 이전 수준을 되찾는다. 그리고 가격이 상승하니 탄력적인 공급도 큰 폭으로 늘어난다.
그래서 문광부는 이러한 계획을 그대로 실천한다. 투자와 지원으로 S 에서 S'로 공급을 늘렸다. 계획대로라면 D 가 D' 로 이동하여야 한다. 그런데 변수가 발생했다. D 가 D'로 이동하지를 않는거다. 수요는 늘어나지 않고 가격만 하락하고 재고만 쌓여가니 콘텐츠를 제작한 사업자는 원금도 회수하지 못하고 결국 망하고 만다. 이런 사업자들이 속출하면서 공급자는 감소하기 시작한다. 시장규모는 늘어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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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D 는 왜 D' 로 증가하지 않았을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두가지만 추측해보자. 먼저 D 가 이미 상한선에 도달한 상태로서, 이미 공급이 충분하여 더 이상의 추가 수요가 발생하기 어려운 상황을 말한다. 다음으로 현재 문화 수요자들에게 문화 활동이 가능한 시간과 돈이 없는 경우를 생각할 수 있다.
참고로 전자는 우리나라의 방송 산업계를 떠올리면 된다. 즉 절차의 위법성 인정에도 유효성을 잃지 않는다는 헌재의 판단에 따라 방송법은 개정되고 정부는 방송업계에 공급자를 늘린다. 그러나 이것은 꽤 멍청한 짓일 가능성이 높다. 수요는 이미 포화 상태로 공급은 수요를 창출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지난 오랜 기간 동안 광고 시장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증가하였는가 보라. 글로벌 마켓을 노리지 않는 이상 방송 시장같은 철저한 내수 시장에서는 무모한 도전같다.
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 때문이다. 돈없는 비정규직 되기 싫어 대학 가려고 죽어라 공부만 하는 십대들과 그럼에도 기업들이 고용을 하지 않으니 돈없는 비정규직이 된 이십대와 정규직이 되었어도 그 정글에서 살아 남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삼십대와 살아남지 못해 결국 해고와 실직 당한 사십대와 고용 불안정 때문에 섣불리 돈 쓰기 어려운 오십대,들에게 문화 활동이 가능한 시간과 돈은 없다. 실은 이들은 문화가 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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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광부 장관인 당신은 정말로 우리나라를 문화 강국으로 만들고 싶다. 그런데 문화 강국 되는 방법은 의의로 아주 간단하다. 사람들에게 여가를 만들어 주고 즐길 수 있는 시간과 돈을 주면 된다. 당연하다. 돈 없고 시간 없으면 문화는 즐길 수가 없고, 문화의 수요자가 없으면 당연히 공급자도 없으니까.
하지만 요즘 같은 경쟁 시대에 어떻게 사람들에게 놀으라고 시간과 돈을 준단 말인가. 그러나 정말로 문화 강국이 되고자 한다면 그렇게 해야만 한다. 실은 마음 먹기 나름이다. 그러나 기업이나 정부가 돈을 들여 각종 문화 시설부터 많이 만드는 일은 꽤나 멍청한 짓이다. 문화는 수요를 늘리고 자연스러운 공급 상승을 유도하여야 살아난다. 문화라는 상품은 인위적으로 풀리지 않는다.
좋은 대학 가기 위한 주입식 입시 공부에 온 시간을 바치면서 십대들은 문화 구매력을 잃어가고, 그렇게 해서 들어간 좋은 대학에서도 마찬가지로 좁디 좁은 문의 좋은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 역시 취업 공부에 매달리면서 이십대들은 문화의 가치를 상실하고, 그렇게 해서 들어간 좋은 직장에서도 살아 남기 위해 경쟁에 시달리며 늘 야근에 심신이 지쳐 버렸으니 문화는 그저 몇몇 소수 승리자의 이야기일 뿐이고. 살아 남아도 언제나 정리 해고와 실직의 위험이 도사리고 자식들 교육비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사십대는 문화는 꿈도 못 꾸고 있는데.
다시 말하지만 문화 강국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안정된 고용을 보장하고 충분한 소득을 보장하며, 치열한 경쟁없이도 언제든지 열려 있는 넓은 취업문, 음악과 미술과 체육을 중요시하는 교육 시스템, 빚지지 않고도 배움의 의지만 있다면 누구나 갈 수 있는 저렴한 등록금의 대학, 따라서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밖에 없는 수많은 사교육 시장, 그리고 표현의 자유의 보장,
그렇게 해서 시간과 돈이 주어진 십대들, 이십대, 삼십대, 사십대, 오십대들은 누가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각자 원하는 문화 활동의 수요자가 될 것이며, 자연스럽게 수요에 걸맞는 공급자가 생겨날 것이다. 다양한 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학교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는 아이들이어야만 다양한 문화의 수요자가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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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고 시간 없으면 문화는 즐길 수가 없다. 수요가 감소한다면 가격은 내려가고, 가격이 내려가니 공급자는 먹고 살기 힘들어지고,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 공급이 감소하게 되고, 공급이 감소하게 되면 가격은 올라가고, 가격이 올라가면 수요자는 더 감소하고... 한마디로 악순환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지금 우리나라 문화 산업의 현실 아니던가.
다시 말하지만 이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 공급자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뚝뚝 감소 중인 수요자를 늘리는 것이다. 문화 콘텐츠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한다" 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삶의 필수가 아닌 옵션이니까. 따라서 공급을 늘리는 것은 바보짓이다. 방법은 하나다. 수요자를 늘리는 것. 즉 사람들에게 시간과 돈을 주어 문화의 수요자로 만들어야 한다. 공급은 자연스럽게 증가할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다음과 같은 시장을 가진 문화 강국이 되어 있을 것이다. 덜 탄력적이고 지금보다 시장도 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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